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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8년 10월 2일(화)부터 오전 L사의 동용산구 택배 집하장 하차 일을 시작했다.


일하는 요일은 화~금, 주 4일로 작업장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대교 인근에 있다. 



▲ 일 시작한 10월 첫 주 작업 풍경. 

10t 트럭에서 물건을 내리는 경사 부분까지만 컨베이어 벨트 이후 구간은 수동 레일.

소장들은 10t 차에서 내린 택배물 송장을 확인해 자기 담당 물건을 개인 탑차에 넣는다.

통상 짐을 '짠다'고 표현한다.  



작업은 매일 아침 7시 40분에 시작한다. 통상 10t 트럭 2.5대를 3시간 정도에 걸쳐 하차하고, 


그레이스 봉고에 실려오는 오류 코드 택배물(애초 동용산 수신지 택배물이나, 인근 서용산 집하장에 


잘못 실려 간)을 차에서 내려 벨트에 올려놓는 작업까지가 나의 일이다. 아무리 늦어도 11시 반 쯤엔 끝난다. 


일당은 4만원, 매달 15일 지급하며 4대보험은 가입하지 않는다.


 

얼마 전 본격적으로 알바와 함께 수험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친한 친구가 L사 소속 10년 차 전업 택배 기사로 해당 집하장에서 일하고 있다. 


시급 조건이 가장 좋은 알바인데다 택배 일은 익숙했기에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일을 시작했다.



내게 택배 일은 익숙하다. 제일 처음 택배일을 접한 것은 15년 여 전인 2004년도였다.


당시 나는 군포시 대야미동에 살고 있었고, 병역 신체검사를 앞두고 MRI 촬영비가 필요했다.


집 바로 앞에 있는 군포시 복합물류센터에서 한달 간 야간 하차 알바를 했다.


첫날 금정역 근처에 있는 인력 파견업체에 모여서 다 함께 이동했던게 기억난다.


이후 20대 중후반에도 현재 이 일을 소개시켜준 택배 기사 친구의 일을 도와 틈나는대로 알바를 했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해 여름 퇴사 후 구직 기간 동안 이 친구 동료 알바로 고용돼 용산 선인상가에서 픽업 일을 했다. 



집은 망원동, 매일 아침 작업장까지 이동은 스쿠터로 한다.


택배기사 친구가 타고 다니라고 빌려줬다. 일자리 소개도 모자라 스쿠터까지 빌려줘서 정말 진심으로 고맙다.


300cc 스쿠터라 속도를 낼 수 있어 오가는데 큰 무리는 없다. 집에서부터 약 25~30분이 걸린다.



▲ 오늘(2018.10.11) 아침 조회 모습, 10t 트럭 입구에 올라 촬영



이 집하장에서 일하고 있는 택배 기사들은 대략 30여명 정도 된다.


일반인들은 택배일을 하는 사람들을 '택배 기사'라고 부르지만, 이들은 서로를 주로 '소장'이라고 부른다.


모두 용산구 각 동을 담당한다. 오전 하차 작업을 '까대기'라고 하는데 이걸 돌아가면서 소장들이


온전히 모두 감당하기엔 워낙 체력 소모가 크기에 십시일반해 화~금은 까대기 전용 알바를 고용하고 있는 거다.


(월요일은 물량이 적기에 알바 없이 진행하고, 토요일 역시 고등학생 알바 2명을 고용하고 있다)



매일 아침 평균 10t 트럭 2.5대 정도가 짐을 가득 싣고 집하장에 들어온다.


나는 모든 차량에 올라가 하차를 하고, 소장들은 순번을 정해 1명은 나와 함께 짐을 헐어 레일에 던지고


또 다른 한명은 스캐너 기기를 들고 택배물에 붙어 있는 송장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스캐닝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사흘쯤 지났을 때, 한 소장이 얼마 전 MBC 뉴스데스크에서 한 기자가 옥천 CJ물류센터에 잠입해 취재한 리포트를 얘기했다.


끼니 거르고 17시간 일해도…'법 사각지대' 택배기사 (2018.10.04/뉴스투데이/MBC)


괜찮은 리포트였다. 



소장들과도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한 명, 한 명 성격과 일하는 스타일, 담당 지역, 성향들이 보였다. 


문득 기왕 매일 아침 일하는거 재미삼아,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공인노무사 자격시험이 


택배 노동자들의 현재 사회경제적 처지와 매우 밀접하다는 점에 착안해 일하는 과정을 기록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참여관찰 기록을 시작한다.




▲ 고양시 덕양구 행신2동에 위치한 작업장, 애초 서울과 더 가까운 항공대 인근 덕양구 대덕산 근처에 있었으나

무슨 사정인지 지난해 이 곳으로 이사. 주변은 모두 하우스 농가, 시설 허가 역시 농업 관련 시설로 받았으나 

올해 관할구청에 허가받은 용도 외 불법 사용으로 적발당해 조만간 다른 곳으로 또 이사가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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